원자력 이야기

중동사막서 캐낼 '황금알' , 4월 1일 기초굴착- UAE 원전 수출의 현황

럭키홍 2012. 4. 4. 09:02

중동사막서 캐낼 '황금알' , 4월 1일 기초굴착
4천명 현장서 '비지땀' …2017년 5월 1호기 준공
한국형 원전 수출 교두보 확보, 플랜트 수출 기대
전기주파수·온도·모래폭풍 등국내 여건과 상이


2009년 12월 27일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역사에 이정표를 새긴 날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를 중동사막에 건설·운영할 수 있는 수출길이 처음 열린 것이다.
UAE 원전프로젝트는 140만kW급 한국 신형원전(APR 1400) 4기를 건설하는 186억달러(원화 약 21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플랜트 수출이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뒤 60년간 원전 운영지원에 참여, 약 200억달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주계약자는 한전이며,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본 도시바 등이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턴키(Turn-key)계약으로, 매월 사업 추진실적에 따라 대가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전은 2010년 부지지질조사 등 사전 준비작업을 마쳤으며, 지난해부터 아부다비 서쪽 270km 떨어진 브라카 지역에서 원전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앞선 2008년 12월 UAE측은 총 400만~550만kW 규모의 원전을 짓기 위해 국제 공개경쟁입찰에 한전이 참여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수주업체는 건설, 발전소 운영지원, 연료 등을 일괄 공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이에 한전은 2009년 1월 전담 TF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다. 풍부한 수주경험과 기술력을 앞세운 프랑스 아레바, GE·히타치 컨소시엄이 원전수주를 위한 경쟁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UAE측은 2009년 7월 각 업체가 제출한 입찰서를 바탕으로 입찰가격, 산정내역, 적정성 등 정밀실사에 들어갔다. 이후 계약 전반에 걸친 실무협상을 진행, 2009년 12월 한전을 최종사업자로 마침내 선정했다.

▦ 왜 한전인가
지난 30년간 꾸준한 원전 건설과 운영으로 축적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UAE측이 높이 평가한 게 컸다.
원전 운영실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며, 특히 APR 1400은 여타 경쟁노형에 비해 경제성이 높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최신 시공기술을 적용한 건설능력과 모든 단계에 걸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도 갖고 있다.
원전 운영·관리는 한수원이, 설계는 한전기술이, 기기제작은 두산중공업이, 건설은 현대·삼성 등이, 핵연료는 한전원자력연료가, 유지보수는 한전KPS가 세계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 원전수출의 의의
외국 기술에 의존해 원전을 도입한지, 30여년 만에 한국형 원전을 처음으로 수출한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형 원전의 선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430여기가 세계 각국에 새로 건설될 전망이다. 약 1조달러 물량이다. 우리 돈으로 무려 12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활짝 열리는 셈이다.
건국이래 사상 최대의 플랜트 수출을 달성했다는 점도 새롭다.
연인원 약 11만명의 고용창출효과도 기대된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원자력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도 마련됐다.
세계 5대 산유국인 UAE와 원전 분야를 비롯한 경제 전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안정적 석유 확보 등 에너지 안보에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 중동 진출의 거점을 마련, 제2의 중동 붐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형 원전을 잇달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도 확보했다.
터키, 리투아니아 등 신규 원전건설을 계획하는 나라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중동에서 플랜트 수출 실적이 증가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실제로 UAE 원전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 국내업체는 중동 내 약 70여개 플랜트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것만 해도 약 180억달러 규모다.

▦ UAE 원전사업의 특수성
UAE 원전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우리와 여건이 다르다.
전기 주파수도 60Hz인 우리나라와 달리 50Hz다. 이에 따라 관련기기의 크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바닷물 온도도 28.5~35℃나 된다. 대기온도도 32~52℃를 헤아린다. 냉각기기 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요건도 까다롭다. 콘크리트 두께가 종전 120cm에서 150cm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모래 폭풍에 대비, 특수설계도 필요하다. 비록 덥지만, 장마철이나 겨울철 등이 따로 없기 때문에 1년 내내 건설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꼽힌다.
한전은 성공적인 사업을 도모키 위해 전력그룹사, 시공사 등 단일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본사에는 부사장 직속으로 UAE원전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115명이 UAE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현장에는 시공사 노무인력을 포함해 총 3976명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4월 1일에는 발전소 기초굴착에 들어간다.

황인국 기자 (centa19@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12-03-29 13:11:08
최종작성일자 : 2012-03-27 10: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