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월성 1호기 폐쇄? 돈·규정·기술 없는데…
IEA, 고리 1호기 폐로비 1兆 추정…규정·경험·사용후핵연료 문제 '발목'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원상실 은폐사고를 계기로 노후 원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원전을 폐기하는 '폐로(廢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후 원전은 폐쇄 결정이 나면 바로 폐쇄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원전은 짓는 것보다 부수는 게 더 어렵다.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고도의 기술과 함께 발전소 건설과 맞먹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전 1기 폐로비용은 얼마? =지식경제부는 원전 폐로 비용을 1기당 3251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료반출 등 원자로 밀폐관리에 1436억 원, 원전 건물해체 및 부지복원에 1089억 원, 철거 폐기물처분에 726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의 추정치는 사실상 '최소비용'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01년 '폐로 1순위'인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당(㎿) 폐로 비용을 약 101만 달러(1999년 기준)로 보았다. 전체 설비용량으로 계산하면 7090억 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현재가치로 9861억 원에 이른다. 원전 한 호기 철거에 1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부 추정치보다 3배가량 많다. 하지만 이 비용이 전부는 아니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와 작업복·신발·부품·공구 등 각종 물품(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자칫 원전 폐로 과정에서 사고라도 일어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일본 정부는 100만㎾급 1기당 폐로 비용을 약 3681억 원으로 추정했으나,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및 복구에 약 265조원이 들 것으로 분석됐다. ◇규정·경험·사용후핵연료 '삼중고'=비용 이외에 우리나라는 폐로 정책과 제도가 전무한 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법상 원자력시설 해체에 관해 원론적인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 세부 규정이 없다. 현행대로라면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해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정부에 "원자력시설 해체에 대한 규정과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원전 폐로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것도 어려움을 더한다. 한국의 폐로 경험은 지난 1997년부터 3년간 진행한 트리가원자로 2호기(트리가마크Ⅲ)뿐이다. 당시 폐로 경험이 전혀 없던 우리나라는 2㎿급 트리가마크Ⅲ를 페로 하는데 5년의 시간과 192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 1000㎿에 육박하는 상용 원전의 폐로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수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없는 데다 관련 기술이나 전문가도 부족해 폐로 과정에 대한 추정 자체가 어렵다"며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을 폐로 한다면 당장 해외에서 전문 인력을 대거 초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일. 결국 원자로와 임시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놔둔 체 보조시설만 해체하는 부분 폐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발전만 안 할 뿐 원자력시설로 계속 남게 돼 실질적인 폐로로 볼 수 없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폐로를 하고 싶어도 기술, 자금 등의 국내 원자력업계의 여건상 폐로에 나서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며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폐로를 위한 기반여건 조성에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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