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창조 CEO 싸이 " 시장을 읽고 판을 만들어라"

럭키홍 2013. 4. 21. 16:02
창조 CEO 싸이 "시장을 읽고 판을 만들어라"
기사입력 2013.04.19 16:09:03 | 최종수정 2013.04.19 21: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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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운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한 번 정도는 운때가 맞아 `대박`을 칠 수 있지만, 두 번 연속 이어진다면 운을 뛰어넘는 실력이라고 봐야 할 터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으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키면서 싸이의 기획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된 `젠틀맨`은 일주일 만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규모와 반응으로 치면 `강남스타일`을 뛰어넘는다. 지난 17일 빌보드 `핫 100`에서 12위로 뜨겁게 데뷔했고, 유튜브 조회 수는 4일 만에 1억건을 돌파했다. 19일엔 1억6000만뷰를 넘어섰다.

국내 가수 최초로 팝시장의 척도 빌보드 메인차트에 두 곡이나 진입시킨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싸이를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로 덮어놓고 부러워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를 "시장을 읽고 판을 만들 줄 아는 영리한 CEO"라고 말한다.

`젠틀맨`의 성공은 대중의 심리를 읽고 흥행 요소를 집적화한 기획력, 관심을 고조시키는 마케팅 등 `싸이 경영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젠틀맨` 돌풍을 인터넷 경영의 4대 요소(콘텐츠,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커머스)의 관점에서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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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콘텐츠(Contents)

`강남스타일`은 내수용으로 만든 곡이 예상치 못하게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사례다. 기획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시대를 건드렸다면, 싸이는 `젠틀맨`을 구상할 때부터 치밀하게 해외를 조준했다. `강남스타일`을 통해 입증된 흥행요소를 그대로 차용하고 강화하는 방식을 썼다. 영미권에서 인기 있는 클럽음악으로 컨셉트를 잡고 멜로디 전체에 비트가 강한 일렉트로닉한 리듬을 버무렸다. 가사는 `알랑가몰라` `말이야` 등 발음의 재미를 살린 표현을 전면 배치했다.

또한 영어 가사의 비중을 높였다. 영어 욕설인 `마더 퍼커(mother fucker)`를 `마더 파더(mother father)`로 바꾼 싸이식 유머 화법도 부각됐다. 뮤직비디오는 B급 정서 위에 섹시 코드를 입혔다. 여성이 마요네즈를 잔뜩 묻힌 어묵을 입에 물고, 싸이는 비키니 입은 여성의 상의를 벗기는 등 성인코드가 강화됐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미국인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반응하는지를 염두에 둔 게 보인다. 이미 `강남스타일` 때 입증된 요소를 안전하게 끌고 갔기 때문에 `젠틀맨`의 흥행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했다.

② 커뮤니티(Community)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활동을 접은 지 4개월 만에 `젠틀맨`을 발표했다. 후속 앨범으로 치면 제법 빨리 나온 셈이다.`젠틀맨`을 재빠르게 발표한 데는 `강남스타일`의 후광 효과를 노리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반응을 얻고 해외 유명인들이 SNS에서 퍼나르며 확산됐지만 이번엔 싸이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어 신곡에 대한 호응이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싸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팬들의 집단(커뮤니티)을 계속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만들었다. `젠틀맨`은 외국인에게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이가 가래떡을 목에 걸고 춤을 추고, 방귀를 뀌고 그 냄새를 여성에게 맡게 하는 장면은 한국인은 이해 가능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실제로 유튜브에 해외 팬들이 올린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들을 보면 팬들은 웃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는 "외국인이 보기에 웃기기는 한데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에게 물어보고 해석을 찾아가면서 이슈를 만들어가게 되는데, 싸이는 이를 유발하는 장치를 영리하게 녹여 놨다"고 했다.

③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싸이는 이슈를 만드는 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통상 가수는 노래, 뮤직비디오를 동시에 공개하고 방송활송을 시작한다. 그러나 싸이는 시나리오에 따라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대중에게 던져줌으로써 대중과 소통을 확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싸이는 12일 `젠틀맨` 디지털 싱글을 전 세계에 동시 발표했다. 이후 노래의 `핵심`인 안무는 13일 전 세계 생중계된 단독 콘서트에서 공개하겠다고 공표함으로써 콘서트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망의 뮤직비디오는 콘서트 말미에 깜짝 공개한 뒤에 유튜브에 게재했다. 전 세계 관심을 음원→안무→뮤직비디오 순으로 몰아갔다. `젠틀맨`이 한 단계씩 베일을 벗을 때마다 구미디어와 뉴미디어는 연일 `젠틀맨` 뉴스로 뜨겁게 달궈졌다.

김성호 HS애드 차장은 "이슈를 적재적소에 던져주면서 `젠틀맨`이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전략이다. 싸이는 대중에게 한 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④ 커머스(Commerce)

싸이는 활동 전반에 자신이 광고하는 제품을 노출시키면서 PPL(간접광고)을 엔터테인먼트에 녹여내는 수완을 발휘한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엔 수십 개 PPL이 사용된다. 복사용지 더블에이는 싸이가 머리를 복사기에 들이미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 노출되며, 스마트폰 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는 러닝머신 위 여자를 넘어뜨리기 전에 싸이가 갖고 노는 장면에서 잡힌다. 포장마차에서는 자신이 광고를 하고 있는 참이슬을 기울인다.
이처럼 장면마다 배치된 PPL 제품은 매출이 급증하는 `싸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액센츄어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박경희 부장은 "뮤직 비디오 내에 적절한 PPL(Product Placement)을 통해 억지스럽지 않은 광고 효과를 연출하고 예술과 상업이라는 영역을 세련되고 영리하게 담아냈다. 이는 요즘 엔터테인먼트와 광고의 결합을 강조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좋은 선례"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