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한국의 核 주권 1/경희대 황주호 교수

럭키홍 2013. 6. 27. 05:29
[송년호 특별부록 | 한국의 核주권]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원폭이 있어야 터지는 수폭…원자로는 절대 폭발할 수 없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joohowhang@khu.ac.kr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될 무렵 구미 각국은 원자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폭탄과 에너지원으로 쓰는 방법을 찾아냈다. 원자력 발전과 원폭, 수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핵 임계(臨界)는 무엇인가. 과학을 신뢰하는 마음이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울 것이다. 원자력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다.

폭격기에 탑재되는 ‘리틀보이’. 리틀보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우라늄 원자폭탄의 별칭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과 지식은 별개이다.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핵무기에 대한 정보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접근이 제한돼 있어, 일부 전문가나 마니아급 일반인이 아니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리하여 일반인 대부분은 원자력발전소도 핵무기처럼 폭발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원자력을 이용하는 원리는, 20세기 들어 많은 물리학자가 노력해 발견해낸 것이다. 원자력은 작은 양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낸다. 이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면 핵무기가 되고, 서서히 나오도록 조절하면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다.

우라늄 연료(핵연료)는 연필심 굵기의 연료 1㎝만 있어도 한 가정이 1년간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연필심 같은 핵연료는 절대로 폭탄처럼 터뜨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원자폭탄 따라올 일반폭탄은 없다

고성능 폭탄이라 해도 핵무기의 폭발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일반 폭탄은 화학적 반응을 이용하는 데 반해 핵무기는 핵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 화학적 반응은 무엇이고 핵반응은 무엇인가. 원자력의 원리와 발전, 그리고 원자탄과 수소탄에 대해 알아보자.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원자이다. 수소원자, 산소원자, 탄소원자 등이 여러 형태로 결합해 물질을 이룬다. 이러한 원자 속을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핵이라고 부르는 큰 덩어리가 있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있다.

이 핵을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종류의 알갱이가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종류는 플러스 전기를 띠고 있고(양성자) 나머지 한 종류는 전기 성질이 없다(중성자). 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전자에 비해 무게가 2만배 정도 더 무겁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로 합병된 20세기 초 유럽의 과학자들은 원자구조와 원자력의 원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1930년대에는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깨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라늄은 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물질이다. 우라늄은 비중이 19 정도로 물 한 컵 정도의 양이면 그 무게가 4kg이 된다. 우라늄은 크게 중성자를 흡수했을 때 터지는 것(우라늄-235; 핵분열성)과 안 터지는 것(우라늄-238) 두 가지로 나뉜다. 235와 238은 무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질량번호인데, 안 터지는 쪽이 약간 더 무겁다. 안 터지는 우라늄은, 낮은 확률이긴 하나, 중성자를 흡수하면 플루토늄으로 변할 수 있다.

일반 폭탄이 터진다는 것은, 폭발물을 급격히 태운다는 것과 같다. 물질을 태우면 산화하여 재가 남는다. 산화는 산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인데 이들의 결합은 원소 주위의 전자끼리 붙고 떨어지고 하는 과정이라, 작은 전자들이 가진 에너지의 변화가 폭발력으로 나타난다.

핵폭발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터지는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그 핵이 가진 에너지가 불안해져 마침내 두 쪽으로 깨진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깨진 조각을 모아 무게를 재보면, 깨지기 전과 다르게 나타난다. 원래 핵의 무게와 깨진 조각들 무게의 차이가 에너지로 변했기 때문인데, 이 에너지는 가벼운 전자끼리 결합하는 에너지의 100만배 정도 위력을 갖는다.

(계속)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 원자폭탄 ‘팻맨’. 팻맨은 통통한 모양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1g의 우라늄으로 얻는 에너지가 석탄 수t으로 얻는 에너지와 맞먹는다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1년에 20여t의 우라늄을 소모하는 데 반해서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200만t의 석탄을 필요로 한다.

우라늄이 터지는 것과는 또 다른 핵폭발이 있다. 수소탄이라고 부르는 핵융합이 그것이다. 수소처럼 가벼운 원소는 강한 힘으로 서로 부딪치면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때도 원래의 물질 무게와 부딪쳐서 만들어진 물질의 무게 차이가 생기는데, 이 차이만큼이 에너지로 나타난다.

핵분열과 핵융합은 모두 원소가 분열하거나 결합할 때 생기는 무게 차이(정확히는 질량 차이)가 에너지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자와 전자의 결합과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내보낸다.

물질이 에너지

물질의 무게 차이가 에너지로 변하는 가? 이 물음에 답을 낸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를 제곱한 값만큼이 에너지로 나온다’는 위대한 원리를 발견해냈다. 물질이 곧 에너지이고 에너지가 물질이라는 어찌 보면 동양철학 같기도 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핵융합을 이용하는 발전소는 수십년을 더 연구해야 현실화할 것 같다. 국제적으로 프랑스, 일본, 우리나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토카막연구협정(ITER)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자탄을 만들려면 먼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만들어야 한다. 우라늄은 지구가 만들어질 때 같이 만들어진 물질로서 지구상에 골고루 퍼져 있다. 흙이나 바위에도 포함되어 있고 바닷물 속에도 수억t이 녹아 있다.

우라늄도 한정된 자원인 만큼 고갈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수록 탐사 정도가 치밀해져 고갈 시점은,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것과 달리 수십년 후가 아닐 것이다. 우라늄의 친척뻘인 토륨까지 이용한다면 핵분열 에너지 이용 가능 기간은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밀한 농축엔 원심분리법

우라늄은 일반 광물과 마찬가지로 원광을 캐서 황산 등으로 녹인 후 분리 침전시켜 얻는다. 이 상태에서는 터지는 우라늄과 안 터지는 우라늄의 비율이 0.7 대 99.3으로 안 터지는 우라늄이 월등히 많다.

폭탄으로 만들려면 터지는 우라늄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을 농축이라고 한다. 농축은 터지는 우라늄이 안 터지는 우라늄에 비해 약간 가볍다는 점을 이용한다. 우선 우라늄에 불소를 붙여(불화우라늄) 기체로 만든다. 농축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기체확산법과 원심분리법이 대표적이다.

불화우라늄 기체를 작은 구멍이 뚫린 막에 높은 압력을 가해 통과시켜 가벼운 것이 멀리 빠져나가고 무거운 것은 가까이 남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기체확산법이고, 기체를 분당 10만번 정도 회전하는 원통에 넣고 돌리면 무거운 것이 원통 벽면으로 몰리고 가벼운 것은 가운데 남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원심분리법이다.

기체확산법이나 원심분리법 모두 한 번에 원하는 농축도를 얻을 수 없다. 수백에서 수천 번 반복해야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축도에 도달한다. 기체확산법은 덩치가 크고 전기 소모량이 많아 신규 공장들은 대개 원심분리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은밀히 농축하고자 할 때는 원심분리법이 선호된다. 공장을 분산해 한 곳에서 수백기씩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약간 농축된 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또 농축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심분리기의 원통은 강화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데 작은 것은 직경이 30㎝ 정도에 길이는 수m이다. 몇 년 전 독일회사가 북한에 팔았다가 서방 정보망에 걸린 것이 바로 이 알루미늄이다. 농축의 신기술로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대규모 농축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