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한국의 核 주권 3

럭키홍 2013. 6. 27. 05:34

 

원자탄이나 수소탄 개발 초기에 핵폭탄은 전략적 목적만 고려해 만들었다. 전쟁시 적의 심장부를 날려버릴 수단으로, 미국은 소련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소련은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을 겨누는 식이었다. 그러나 소형화되면서 국지적이고 전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내폭형 플루토늄 폭탄.

핵융합을 이용하는 수소탄은 핵분열만을 이용하는 원자탄에 비해 엄청나게 큰 폭발력을 발휘한다. 핵융합 반응이 핵분열에 비해 더욱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에너지 방출률이 높다는 것 이외에도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는 원소가 가볍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매우 높은 폭발력을 내면서 운반이 용이한 핵무기 설계가 가능해진다. 핵융합이 일어나면 많은 중성자가 생겨나므로 주변에 핵분열 물질을 두면 원자탄 효과를 추가하는 다단계 효과도 볼 수 있다.

핵융합 폭탄이 수소탄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소와 화학적 성질은 같으나 무게가 약간씩 차이 나는 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많음)와 삼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 두 개가 더 많음) 등 두 개의 가벼운 원소가 결합해, 좀더 안정된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고 잉여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수소 동위원소 간의 융합 반응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극히 높은 온도와 밀도는 핵분열 폭발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수소탄은 있을 수 없고 수소탄 내부의 원자탄이 먼저 터지면서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해 수소 동위원소끼리 융합을 일으키도록 한다. 그리고 핵융합으로부터 나오는 중성자를, 다시 한번 폭탄을 둘러 싼 핵분열 물질 폭발에 이용해, 강한 폭발력을 얻는다.

변종 폭탄인 코발트탄과 중성자탄

수소탄 설계의 가장 간단한 개념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물을 내폭형 플루토늄 공 안에 넣어두는 것이다.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폭탄이 플루토늄의 폭발을 일으키고 이 폭발이 핵융합 연료를 충분한 압력으로 누르면,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많은 수의 고에너지 중성자가 주변의 핵분열 물질(터지는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로 방출된다.

이러한 중성자가 핵분열 물질을 더 빨리 분열시키고, 많은 양이 폭발에 가담하게 해준다. 이런 방법을 핵융합 부스팅이라고 하며 수소탄 내부 핵분열 물질의 폭발 효율성을 높인다. 장치의 크기나 무게를 증대시킬 필요가 없다.

실제로 수소탄에서 핵융합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 양은 핵분열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핵융합은 대개 추가 중성자를 공급함으로써 핵분열 효율성을 높이는 구실만 한다.

수소탄의 원리를 이용하면서도 폭발력보다는 낙진에 의한 효과를 노리는 폭탄도 있다. 수소탄의 핵융합시 나오는 중성자를 코발트에 쬐어 방사성 코발트 60으로 만들어 낙진으로 뿌리면, 이 낙진으로 오염된 지역은 당분간 사람이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코발트탄은 지역을 장악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개발한 폭탄이다.

코발트는 상당 기간 한 지역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킨다. 만일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그 지역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 뿌려야 한다. 금을 사용하면 며칠만 오염이 지속되고, 그 외 다른 것을 사용하면 몇 달 동안만 오염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폭탄을 설계하거나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규모 실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폭발하지 않는다

중성자탄은 수소탄의 기본 설계로 핵융합을 일으킬 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중성자를 다른 핵분열 물질에 흡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바깥으로 내뿜도록 한 것이다.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두꺼운 시멘트나 철을 통과해 시설 내부에 있는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다. 또한 각종 전자 장비의 반도체를 마비시켜 통신과 각종 통제 시스템을 차단한다.

(계속)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원폭이 있어야 터지는 수폭…원자로는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원자탄과 수소탄은 순식간에 핵분열이나 핵융합을 일으켜 인명을 살상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일반인의 두려움은 원자력을 이용한 최초 시도가 폭탄이었다는 데 기인한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는 폭발하는가? 정답은 ‘절대로 폭발할 수 없다’이다.

원자로 안에는 중성자를 잡아먹으면서 핵분열을 통제하는 장치가 있다. 운전시에는 이 장치를 집어넣는 깊이 차이로 출력을 조절한다. 장치가 갑자기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나? 그래도 폭발하지는 않는다. 물론 원자로의 출력이 갑자기 높아지지만, 다른 안전장치가 가동돼 원자로가 정지된다.

이때 원자로가 정지하지 못하면 폭발로 이어지는가? 아니다. 폭발하려면 100만분의 1초 내에 핵 연쇄반응이 80회 정도 일어나야 하는데, 통제 장치가 빨리 빠진다고 해도 100만분의 1초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맞추었다 하더라도 원자로의 우라늄(핵연료)은 얼기설기 위치해 있어 폭발에 필요한 만큼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사고는 무엇인가? 언론은 원자로가 폭발했다고 보도했지만 원자로 건물 내부의 가스가 폭발해 원자로가 깨지고 방사능이 누출된 것이지, 원자로가 원자탄처럼 폭발한 것은 아니다. 만일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했다면 우크라이나 땅의 상당 부분이 없어졌을 것이다.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안전에 신경을 쓰는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지 못하면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가 높아지면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그것이 원자로 바닥에 모이면 원자로를 뚫고 밑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것이 원자력발전소의 가장 큰 사고 시나리오이다.

황주호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조지아공대 대학원 졸업(공학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 산업자원부 방사성폐기물부지선정위원회 위원 역임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핵연료의 일부가 녹았다. 그 후 원자력발전소 설계는 핵연료가 녹을 확률을 낮추는 쪽으로 바뀌었다. 녹더라도 방사능이 원자로 건물 안에 갇혀 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라도 원자력발전을 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