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한국의 核 주권 2

럭키홍 2013. 6. 27. 05:31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원폭이 있어야 터지는 수폭…원자로는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분당 10만회씩 회전하므로 사람 귀에는 그 회전음이 들리지 않는다.

우라늄이 지구의 생성과 함께 만들어진 원소로서, 광석으로부터 정제와 농축을 거쳐 얻을 수 있다면, 플루토늄은 우라늄으로 만든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타면서 새로 생겨나는 물질이다.

안 터지는 우라늄은 중성자를 흡수해 더욱 무거운 물질로 변한다. 이렇게 되는 비율은 낮지만 이때 생겨난 무거운 물질이 바로 플루토늄이다. 플루토늄도 터지는 플루토늄(Pu-239, 241)과 안 터지는 플루토늄(Pu-238, 240)이 있다.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고 태우면 핵연료 원래 무게의 1% 보다 약간 작은 양만큼 플루토늄이 생긴다. 오래 태울수록 플루토늄이 많이 생기지만 터지는 플루토늄의 비율이 낮아져서 폭탄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폭탄을 생산하기 위한 핵연료는 1년 이내로 태워 터지는 플루토늄의 비율이 93% 이상 되도록 만드는데, 이것을 무기급 플루토늄이라 한다. 일반적인 발전용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은 터지는 것의 비율이 70% 이하인지라 핵무기용으로 적합지 않다.

플루토늄은 태운 핵연료에서 녹여내는 것이므로 우라늄처럼 농축하지 않는다. 대신 핵연료를 태우는 기간을 조절해서 플루토늄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는 핵연료를 짧게 태우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설계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북한 영변의 원자로(5MWe급)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로는 핵연료를 3년 이상 태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핵연료를 집어넣고 빼고 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게 설계돼 있고, 이 과정을 국제원자력기구에 공개해야 한다. 폭탄을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원자로와 함께 재처리 공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몰래 재처리하긴 어려운데, 북한은 국제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시간을 끌어 발전용이라고 우기면서 재처리 시간을 번 경우에 해당한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얻은 뒤에는 핵탄두화하기 위해 금속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 쓰이는 기술은 일반 금속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다룰 때는 핵 임계(臨界)를 극히 조심해야 한다. 핵 임계란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중성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인데, 이것을 아주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일어나도록 하면 핵폭발이 되고, 서서히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원자로가 작동하는 원리다.

핵 임계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양이 일정량 이상이거나, 표면적 대비 부피가 작은 형상이거나, 농축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거나, 핵물질이 물에 잠기거나 하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핵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는 공정상 이러한 조건에 놓이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핵폭탄 개발 초기 실수사고 연발

반대로 강한 폭발을 원하는 폭탄은 순간적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실수로 핵분열이 일어나면 강한 방사선이 발생하고 방사능에 의한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핵폭탄 개발 초기에는 이런 사고가 꽤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우라늄 농축공장을 청소하면서 모아둔 먼지에 실수로 물을 뿌리는 바람에 핵 임계가 일어나고, 플루토늄 금속을 조립하는 것을 높은 사람들 앞에서 시범하다 알루미늄 나사를 플루토늄 가운데 떨어뜨려 핵 임계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방사선을 과다하게 쏘여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

플루토늄을 얻으려면 태우고 난 핵연료(사용후핵연료)를 녹여야 한다.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태우면 강한 방사성 물질이 생기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녹이고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정은 2m 이상의 시멘트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방에서 해야 한다. 이러한 공장을 재처리 공장이라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군사용 재처리 공장을 갖고 있고, 발전용 원자로에서 사용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장은 프랑스, 영국, 일본이 가지고 있다. 북한 영변의 재처리 공장은 1년에 100~200t의 핵연료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변 5MWe 원자로에 핵연료를 가득 채우고 2년 정도 운전한 뒤 뽑아낸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30kg 정도 추출할 수 있다.

(계속)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폭탄은 우라늄탄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라늄탄은 ‘포신형’이라고도 한다.

우라늄 폭탄 안쪽 한구석에 혼자서는 핵 임계를 이룰 수 없는 양과 모양의 우라늄 금속을 놓는다. 그리고 반대편에 이 우라늄과 합쳐지면 핵 임계에 이룰 양의 우라늄을 놓는다.

포신형과 내폭형

이 우라늄의 뒤쪽엔 일반 폭약이 장치되어 있다. 원자탄을 투하하고 터뜨릴 시점이 되면 한쪽의 우라늄 뒤에 있는 폭약이 터지면서 앞에 있는 우라늄 덩어리를 다른 쪽 우라늄으로 쏘아 합쳐지게 함으로써 우라늄의 양이 핵 임계를 이루어, 우라늄탄이 터지는 것이다.

반면에 플루토늄탄은 공처럼 만든 플루토늄 외부를 고폭탄으로 둘러싼다. 그리고 고폭탄을 터뜨려 플루토늄공을 압축시킴으로써 핵 임계를 일으킨다. 이는 폭발력을 안쪽으로 향하게 한다고 해서 ‘내폭형’이라고 한다.

플루토늄은 강하게 압축될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핵반응의 횟수도 많아져 더욱 강한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폭탄은 마치 축구공 표면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100만분의 1초 이내의 정밀도로 동시에 터뜨려야 한다.

100만분의 1초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Pu-240)에서 나오는 중성자가 제대로 된 핵폭발을 하기 이전에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을 부분 성공이나 부분 실패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일으키기 전에 전체 폭발을 유도하려면 100만분의 1초 안에 핵 임계에 이르게 해야 한다.

플루토늄탄을 포신형 폭탄으로 만들면 폭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제대로 된 폭발력을 얻기 힘들다.

플루토늄은 가만히 있어도 알파선을 내면서 붕괴한다. 붕괴하면서 다른 물질로 변하는데 변하는 양이 많아지면 폭발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더욱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붕괴하면서 열을 내고, 열을 받은 플루토늄은 금속의 상이 변하여 폭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냉각시켜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플루토늄 폭탄은 설계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플루토늄탄을 개발한 나라는 성능 검증을 위해 실험을 자주 해야 하는데, 미국 등은 실험하지 않고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라늄탄이든 플루토늄탄이든 핵 임계 질량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하게 하려면, 많은 중성자를 공급해야 한다. 우라늄탄은 합쳐지는 순간에 중성자를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두 가지(폴로늄과 베릴륨)를 서로 떨어뜨려놓았다가 폭발 순간에 합쳐지도록 만들어 사용한다.

플루토늄탄에도 유사한 동위원소를 사용하지만 더 짧은 순간에 중성자 발생이 가능하도록 좀더 정밀한 전기장치로 가속하여 소규모 핵반응을 일으켜 다량의 중성자를 얻는 장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전기장치는 일종의 소형 가속기로 삼중수소(수소의 일종 수소탄 설명 참조)를 먹인 티타늄 표적에 10만볼트 이상으로 가속한 중수소(수소의 일종) 이온을 때려 핵융합 반응과 함께 다량의 중성자를 쏟아낸다.

수소탄 내부엔 원자탄이

원자탄은 순간적으로 핵 임계를 이룬 물질이 내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하지만 원자탄에 10kg의 우라늄을 집어넣었다고 그것이 모두 핵폭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에는 우라늄이 60kg 들어 있었지만 1~2%만이 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플루토늄탄은 14% 정도 터졌다고 한다. 그 후 핵폭탄 개발에서는 폭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폭발 효율이 높으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조금 쓰고도 강한 폭발력을 내므로 폭탄을 소형화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