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원자력의 명암/김영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럭키홍 2014. 1. 2. 11:58

[사이언스 온고지신]원자력의 명암

 

원자력은 1960년대 개발 초기에 나무와 화석 연료의 뒤를 잇는 `제3의 불`로 큰 각광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자원이 편재돼 모든 국가가 골고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은 과학기술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원자력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 폭탄과 기본원리가 같았기 때문에 원전 보급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구소련이 핵무기 통제 필요성 때문에 원자력 개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1979년 미국 TMI 원전 사고와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안전성을 담보하지 않는 원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안전성 개선을 위한 비용 때문에 원전의 경제성이 낮아지자 많은 국가가 원자력개발 계획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2000년대 들어 고유가로 원전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청정에너지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게 됐다. 곧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원자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다시 한 번 반전을 겪었다. 현재 원전은 안전을 관리·통제하는 체제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고, 독일· 일본 등은 아예 원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지난 11월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이 2035년까지의 전원에너지 중 원자력 비중을 41%에서 22~29%로 수정토록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장기에너지 기본 계획은 에너지자원, 이산화탄소 배출량, 국제 에너지 수급전망, 에너지원 다양화 등 여러 측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미국·인도 등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대대적인 원자력 개발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원자력을 개발하지 않고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공급안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전 보급을 확대해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그 과정에서 확립된 원전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원자력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이 화석연료 수입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이들과 화석연료 수입을 경쟁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전관리·통제체제를 구축하여 원자력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는지를 반문하고 싶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수소, 연료전지 등의 새로운 에너지원이 대량 보급될 때까지는 에너지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개발을 병행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권고하고 있다.

김영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