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수요관리와 에너지 패러다임 / 전원표

럭키홍 2014. 1. 21. 15:59

대덕포럼] 수요관리와 에너지 패러다임

2014-01-21 19면기사 편집 2014-01-20 20: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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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제1의 에너지'인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문명은 에너지 사용에 비례해 발전해 왔다. '지구촌의 화약고'라고 불린 중동전쟁도 사실상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다툼이었다. 세계 각국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늘 치열한 경쟁을 해 왔다.

오늘날 역시 다르지 않다. 생활수준의 향상, 과학기술 및 산업의 발달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가속화로 인한 기상이변 역시 에너지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 패권 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고 우리나라 정부도 자원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에너지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에너지로 주목받으며 '원자력 르네상스'를 꿈꾸게 했던 원자력마저 일본 원전사고 이후 크게 위축됐다. 미래에너지 대안으로 수소에너지, 태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가 집중 부각되고 있으나 단기간에 실용화하기 어려운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특성상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정책 방향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 수요 관리는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절약이 주요 수단으로 '제5의 에너지'라 불릴 만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강조했으며, 총 온실가스 감축량의 약 57%가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을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의 주요 국가들도 에너지정책을 효율 향상을 포함한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경우 2009년 3월 에너지원단위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50% 개선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EU도 2020년까지 BAU 대비 20% 개선을 목표로 설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6%에 달하면서도 소비는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는 더더욱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전력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위기를 겪은 바와 같이 매년 동·하절기 피크타임에 전력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원자력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화력발전소 건설 및 송전시설 확충 사업 또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에너지 수요의 부하를 절약·효율 향상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4일 확정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공급 중심의 시각에서 '수요 관리'에 무게를 두고 정책 전환을 꾀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 흐름에 발맞춰 정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이제 실내온도 제한과 같은 단순한 절전 규제에서 벗어나, 에너지다소비기기의 성능 향상을 기본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수요 관리 기술 개발 및 적극적 보급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공급자와 사용자 간 양방향 실시간 정보 교환을 통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구축 및 운용기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장치(ESS), 건물·산업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 기기와 ICT 융합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진다면 에너지 수요 관리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해 볼 만하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에너지 수요 관리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책-기술 개발-시장 활성화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면 향후 우리나라가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 관리 시스템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 효율적인 에너지관리체계를 창출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손색이 없다.

전원표 한국에너지기술硏 에너지효율연구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