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이야기

대한민국이 먹고살 '新성장 동력'을 찾아라

럭키홍 2014. 3. 6. 10:05
 

[창간 94 특집/미래를 준비하는 기업] 대한민국이 먹고살 '新성장 동력'을 찾아라

입력 : 2014.03.05 03:02

주요 그룹이 꼽는 신성장 동력
삼성, 바이오·IT 융합
의료 기기, 바이오 헬스, 전기차 등 친환경車 부품, 2차전지 관련 부품
현대차, 친환경 그린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SK, 에너지 솔루션
석유 개발 해외 투자 등 에너지 분야·반도체 분야, 전자 신소재·배터리
LG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태양광발전 등 에너지 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및 자동차 부품

놀고 있는 1000대 기업 연구개발비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의 산업사(史)는 '신성장 산업 발굴의 역사'나 다름없다. 1960년대 한국에서 산업이라고 하면 섬유·제봉 등 경공업을 뜻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철강과 정유·조선 등 중화학공업이 신산업으로서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 포항제철소, 울산 현대조선소가 이때 지어진 것이다.

1980년대는 자동차, 가전 조립가공업이 신산업이었다. 1990년대로 넘어와서는 반도체 같은 정보기술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삼성뿐 아니라 LG·현대그룹에서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전까지 투자해왔던 휴대폰·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이 만개하며 최근까지 결실을 맺었다.

최근 산업계는 2014년판 신성장 산업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혈안이 돼 있다. 이 작업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세계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이대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중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산업부가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상위 1000대 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2년 투자액은 35조5640억원으로 전년의 31조5600억원에 비해 1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두 자릿수 증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소속 혈액검사기 개발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T·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의료기기 부문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 소속 혈액검사기 개발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T·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의료기기 부문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삼성그룹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를 신성장으로 돌파

삼성의 고민은 '갤럭시' 이후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대표 신성장 산업은 지난 2010년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이다. 바이오 제약·의료기기·LED(발광다이오드)·자동차용전지·태양전지 사업 등을 말한다. 이에 대한 투자는 올해도 지속한다. 이건희 회장이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도 결국 "신성장 산업을 지속적으로 찾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과는 일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용 2차전지와 바이오, 의료기기 등이다. 삼성은 지난 3년간 10억달러를 들여 의료 장비 업체인 뉴로로지카, 메디슨 등을 인수해 의료기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가진 IT 디지털 기술 등을 의료 장비에 적용하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용 2차전지사업도 전기차가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태블릿PC, 웨어러블(wearable·몸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로 승화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일도 과제다. 앞서 올 1월 미국 CES(가전전시회)에서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기어'로 BMW 전기자동차를 제어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인트라도’, SK의 D램 반도체 산업, LG의 태양광 발전소
(위에서부터)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인트라도’, SK의 D램 반도체 산업, LG의 태양광 발전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현대차는 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세계적 흐름인 '친환경'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크게 세 갈래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2015년까지 유럽을 포함한 세계시장에 1000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 9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전기차 '블루온(Blue on)'을 공개한 데 이어 2011년 말에는 국내 첫 양산형 레이 전기차도 출시했다. 다음 달 국내에서 기아차가 전기차 '쏘울 EV(Electric Vehicle)'도 판매를 시작한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기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2011년 5월 선보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SK는 기존 주력 사업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반도체 분야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자원 개발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 우선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수조원대를 투자, 기술 주도형 반도체 생산기지로 변모시켰다.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도 해외 유력 업체와 기술 제휴로 탄력을 받고 있다.

LG는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을 에너지 솔루션과 자동차 부품 등 새로운 시장에 융합해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준호 LG 사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차세대 신성장 산업으로 자동차와 에너지 사업을 강화해 3~4년 후 LG의 중요 사업 부문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에 걸맞은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도 신산업 지원에 혈안

정부도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미래 성장 동력 13개 산업을 지난달 선정했다. ▲스마트카▲인텔리전트 로봇▲맞춤형 웰니스케어▲해양플랜트 ▲5세대(G) 이동통신▲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실감형 콘텐츠▲재난 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신재생 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9대 전략 산업과 ▲지능형 반도체▲미래 융·복합 소재▲지능형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대 기반 산업을 제시하고 연구개발(R&D) 지원과 법·제도 개선에 나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