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이야기

1988년과 2015년 한국경제 비교.… GDP 7배 됐지만 .................

럭키홍 2015. 12. 17. 17:46

1988년과 2015년… GDP 7배 됐지만 '계층 상승' 믿는 국민 절반(53.6%→22%)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로 본 한국 경제… 67년생 아빠· 97년생 딸 가상 대화
  • 최규민

    발행일 : 2015.12.14 / 경제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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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당시 경제와 사회생활을 묘사한 드라마 속 장면과 대사도 화제다. 드라마에서 1988년은 다소 촌스럽지만 정이 있던 사회, 경제는 역동적이었던 시대로 묘사된다. 실제 1988년의 경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967년생 아빠와 97년생 딸의 가상 대화로 재구성해봤다.

    ◇아빠가 기억하는 1988년은 어땠나요? 드라마와 비슷한가요?

    "88년 하면 올림픽 말고도 생각나는 장면이 몇 개 있단다. 그 해 3월 서울 압구정동에 맥도날드가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는데, 그때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길게 줄을 섰던 기억이 나는구나. 햄버거가 1500원, 콜라가 500원이었어. 당시는 등록금이나 물가가 크게 뛰었던 시절이기도 해. 당시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너무 심해지자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거든. 일산과 분당 신도시도 이때 만들어졌지.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물량을 한꺼번에 지으려고 하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 건축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다른 물가도 덩달아 뛰었어.

    지금 와서 보면 1988년은 고속 성장의 과실로 국민의 생활이 빠르게 변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단다. 19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는 3저(低) 호황(저유가·저달러·저금리)과 올림픽 특수를 계기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했어. 3% 성장도 힘겨운 지금은 꿈 같은 얘기지? 그 파급 효과가 88년 무렵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내 아파트와 차를 가지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꿈이 됐지."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았겠네요?

    "너는 요즘 학원 다니기 힘들다고 투덜대는데 그때도 입시 지옥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 아니?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아이도 적지 않았고, '네 시간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라는 말도 유행했어.

    아빠는 그때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래도 지금 대학생들에 비하면 경쟁이 덜 치열하다고 느껴지긴 해. 88년 말 과외자율화 조치 전까지는 과외나 사교육이 전면 금지돼 있었는데, 그때도 입시 경쟁이 치열해서 여유 있는 집들은 '몰래바이트'라고 해서 암암리에 과외를 시키기도 했어. 그때 대학생이 받은 과외비가 월 30만원 정도였단다. 당시 서울대 인문계 1년 등록금이 88만원이었어. 하숙비는 둘이 쓰는 방이 월 15만원쯤 했지. 과외 하나를 구하면 하숙비와 자기 용돈은 해결할 수 있었던 셈이지. 한국 경제가 쑥쑥 커지던 시절이니 대학 졸업해서 일자리 구하기가 지금보다 쉬웠던 것도 사실이야."

    ◇물가도 지금보다 훨씬 쌌죠?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도 함께 오르는 거니 당연하지. 1988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023억달러고, 작년엔 1조4102억달러구나. 26년 만에 7배쯤으로 경제 규모가 커진 셈이네. 1인당 명목소득도 연 343만원에서 2945만원으로 8배 넘게 올랐고. 물가는 어떨까? 통계청에서 찾아보니 소비자물가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할 때 2014년엔 109.04, 1988년엔 38.81로 2.8배로 올랐네. 피부로 느끼는 물가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 집값이나 담뱃값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가가 특히 많이 올라서 그런 이유도 있을 거야. 드라마에는 "바둑대회 우승상금 5000만원으로 은마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나오는데 지금은 은마아파트 가격이 11억원쯤이야. 담뱃값도 '88라이트' 한 갑이 600원이었는데 지금은 4500원이니 7배 넘게 뛰었지. 과자값이나 오락실요금, 지하철·버스요금 같은 것도 비슷하게 뛰었지.

    그런데 가격이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은 물건도 있단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전 세계에서 값싼 물건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88년엔 그랜저 가격이 2500만원쯤 했는데 지금은 3000만원 정도야. 물론 그때는 그랜저가 최고급 승용차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윗급의 국산 승용차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컴퓨터도 마찬가지야. 88년엔 '개인용 컴퓨터(PC)'라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고, 아주 일부 부유층에서나 가질까 하는 물건이었다는 걸 믿을 수 있겠니? 그때 16비트 컴퓨터 가격이 200만원 정도였단다. 지금은 그 절반 가격으로 훨씬 성능 좋은 컴퓨터를 살 수 있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그때는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같은 수입 과일이 너무 비싸 아무나 못 먹는 귀한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값싸고 흔한 과일이 됐지. 쌀값도 그때 80㎏ 한 가마에 10만원쯤 했는데, 지금은 20㎏에 4만원 정도니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은 편이지."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는데 지금 왜 살기 힘들게 느껴질까요?

    "전반적인 삶의 수준은 지금이 1988년보다 훨씬 발전했어. 가령 1인당 GDP 기준으로 88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49위였지만 지금은 28위까지 올랐지. 특히 일본과 비교하면 88년엔 1인당 GDP가 일본의 5분의 1도 안 됐단다. 그때도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큰소리쳤어. 한 세대가 가기도 전에 이 목표가 현실이 됐지.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1인당 GDP는 일본이 3만 7519달러, 한국이 3만5379달러로 큰 차이가 없단다. 또 삶의 질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엥겔지수라는 게 있는데, 총 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해. 이 지수가 88년 34.7%에서 이제는 선진국과 비슷한 20%대 중반으로 떨어졌지. 적어도 밥 굶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됐다는 뜻일 거야.

    그래도 사람들이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하는 건 기회와 희망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국민 간 격차도 크지 않았고. 그때는 신림동 31평 아파트 가격이 5300만~5500만원, 잠실 34평 주공아파트 가격이 5500만~6600만원으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 지금보다 돈 벌 기회도 많았단다. 월급을 은행에만 넣어둬도 연 10% 넘는 이자를 받았고, 88년 한 해 주가가 70% 뛸 정도였지. 그때 포항제철 국민주 공모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돈을 꽤 벌었을 거야. 기회가 많다 보니 그때는 누구나 중산층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 같구나. 1988년 경제기획원 조사에서 '나는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60.6%였어. 지금은 53%로 오히려 줄었단다. 자기 세대에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국민도 절반이 넘었는데(53.6%), 지금은 자기 세대에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22%밖에 안 된다는구나. 네가 아빠 나이가 됐을 때 웃으면서 '응답하라 2015'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