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운명의 반환점을 돌다”

럭키홍 2014. 10. 14. 11:38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운명의 반환점을 돌다”
[특별기획]모범운영 30年 영광 잇는 ‘새 심장과 두되 장착’ 재탄생 앞둬
IAEA도 인정한 안전성…KINS, 수명연장 적합 평가까지 받아
2014년 10월 13일 (월) 16:32:20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계속운전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으로 ‘뜨거운 감자’인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원자력역사의 제2막을 쓰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12일 제29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09년 12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을 접수받은 후 ▲주기적 안전성 14개 분야 ▲주요기기 수명평가 4개 분야 ▲방사선 환경평가 6개 분야 등에 대한 평가 결과 모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고했다.

1982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월성원전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 만료로 2012년 11월을 기점으로 가동을 중지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30일 계속운전 안정성 평가서를 제출해 KINS로부터 수명연장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실제 가동 기간은 2022년 11월까지이다.

적합성 평가를 위해 KINS는 총 96명의 심사인력을 투입해 신청서류 적합성부터 4차례의 서류심사, 4번의 현장점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등을 검토해 심사한 결과이다. 그러나 KINS의 적합성 평가는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근거가 마련됐음을 의미하지만 스트레스테스트 심의와 원안위 본회의 의결 등과 더불어 계속운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현재는 KINS의 인허가 심사가 마무리되고 원안위 심의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지역주민과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심의가 완료되는 대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계속운전에 대한 인허가가 승인되면 법령에 따라 발전소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약 40일간의 정기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며 지역주민 합의(MOU 체결) 후 발전소를 재가동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2번째 원전 왜 중수로형 원전이었나
1983년 4월, 경북 월성군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전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월성 1호기의 상업 운전은 고리 1호기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원전이자 국내 첫 번째 중수로 원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경수로형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이 한창이던 1973년 4월, 캐나다원자력공사(AECL) 총재가 가압중수로형 원자로 방식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원자력 개발 분야에 참여할 뜻을 전했다. 같은 해 6월 정부가 중수로 조사단을 구성해 캐나다에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 월성 1호기 건설의 시발점이었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건설비가 조금 높지만,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캐나다 등 여러 국가로부터 연료 공급이 가능해 당시 미국을 통해서만 공급이 되던 농축우라늄에 비해 연료의 조달이 용이했다. 또 경수로와 달리 연료 교체를 위해 원자로의 운전을 멈추지 않아도 돼 이용률이 높다는 것도 중수로형 원전 도입의 결정적 이유였다.

월성 1호기가 건설되던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설계·시운전·건설 관리를 모두 선진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월성 1호기 건설은 고리 1호기와 마찬가지로 건설 주체인 계약자가 모든 권한을 갖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됐고, 월성 1호기의 건설 주체인 캐나다원자력공사는 175명의 기술진을 우리나라에 파견했다.

당시 캐나다원자력공사가 모든 권한을 갖고, 월성 1호기의 건설을 주도했지만 우리나라 원전 건설 관계자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공기 지연 등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결을 요구하는 등 월성 1호기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 캐나다원자력공사에 협력했다.

이밖에도 캐나다원자력공사가 효율적으로 월성 1호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건설 허가 시점 기준으로 62개월 만에 준공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획기적인 공기 단축을 이뤄냈다. 이로써 1983년 4월 22일 월성 1호기 준공식을 거행하고, 우리나라 중수로 원전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결정체인 월성 1호기는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으로 연간 약 50억㎾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대구광역시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의 약 35%에 해당한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결정체 ‘월성 1호기’
월성 1호기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5년 4월 1일부터 1년 동안 평균 98.4%의 이용률을 기록해, 당시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271기 가운데 이용률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평균 이용률 86.2%로 세계 이용률 1위를 총 4차례 달성했다.

또 월성 1호기는 1990년대 이후 적극적인 설비 개선과 선진 운영 기법 도입으로 정지 건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했으며 한 주기 무고장 안전 운전을 3회 연속으로 달성하는 등 30년간 총 5회의 한 주기 무고장 안전 운전을 달성했다.

한편 30년간 고장으로 인한 자동 정지 건수는 총 39건이다. 대부분의 고장이 운영 기술이 미숙한 초창기 고장으로 최근 18년간 정지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또 월성 1호기는 상업 운전 이후 운영 초기 연평균 2.7회에서 지속적인 설비 보강과 교체를 통해 1990년대 후반부터는 0.6회로 감소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1990년대 이후 적극적인 설비 개선과 선진 운영기법 도입 등으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불시정지 건수는 단 6회만 있을 정도로 정지 건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 압력관 등 9000여건 설비 개선
한수원은 2009년부터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를 개선하고 보강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05년 주기적 안전성 평가 결과 압력관의 길이 방향 연신량 압력관은 운전 중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과 중성자 조사에 따라 길이 방향으로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음이 운전 제한치에 도달하는 것으로 평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압력관의 전량 교체를 추진했다.
월성 1호기는 2006년 5월 캐나다원자력공사와 압력관 교체 공사 계약 체결 이후 장비 및 기자재 제작, 인허가 취득 등 약 3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압력관 교체와 주요 부품 교체 등 총 9000여건에 대한 대규모 설비 개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 결과 설비 개선 전후 대비,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 월성 1호기는 총 839일간의 교체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2011년 7월 18일 발전을 재개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민·관 합동으로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 점검을 수행해 지진, 지진해일, 중대사고, 전력·냉각·화재 방호 계통, 비상 대응 분야에 대한 총 37건의 개선 사항을 도출해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후속 조치 중 노심 건전성 확보와 사고 확산 방지에 필요한 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격납 건물 여과 배기 설비 설치, 노심손상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는 수소 제거설비(PAR)를 설치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수소 폭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지진 자동 정지 설비, 원자로 비상 냉각수 외부 주입 유로 설치 등 안전 강화 조치를 했으며 이외 후속 조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수로 원전 종주국 캐나다로 원전기술 易수출
월성 1호기는 대규모 설비개선 기간 중 시행된 압력관 교체 프로젝트는 공사기간 23.6개월, 사업비 약 3500억 원, 연인원 약 16만 명 규모로 단일 공사로는 가동원전 공사 중 최대 규모였다. 비록 캐나다 포인트 레프로(Pint Lepreau) 원전에 비해 1년 늦게 설비 개선에 착수했지만 계획한 공정 내에 성공적으로 압력관 교체와 설비개선을 완료해 높은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월성 1호기는 캐나다가 해결하지 못한 원자로관 설치 부위인 튜브시트의 표면조도 불량 문제를 밝혀내고, 노심 내부의 정밀한 가공을 위해 특수 폴리싱 장비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 중수로 개발국인 캐나다에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월성원자력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월성 1호기의 성공적인 설비 개선 진행은 계속운전을 추진 또는 준비하고 있는 해외 동일 노형 원전에게는 적극 벤치마킹할 만한 롤 모델(role model)로 부각되고 있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중수로 기술을 제공했던 캐나다에 원전 관련 기술을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원전 회사인 브루스파워에 원전 연료 취급 계통 설계 개선을 통한 운영 및 정비 최적화를 위한 기술 자문에 착수하면서 중수로 운영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2010년 9월에는 2기의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중에 있는 아르헨티나와 원전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의 설비 개선 기술을 도입키로 하고 아투차 1호기와 엠발세 원전의 압력관 교체등 대규모 설비 개선 후 추가로 25년간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30년 전 원전 기술이 전무했던 우리나라에 캐나다 기술자들이 와서 그들의 설계와 기술로 월성 1호기를 시공했고, 원전 운영 기술을 가르쳤지만 이제 세계 중수로 원전의 롤 모델로 중수로형 원전 종주국인 캐나다에까지 우리 원전 기술을 전수하게 돼 감개무량하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 2011년 9월 <COG Monthly newsletter>에 게재된 월성원전 1호기 성공적인 설비개선 공사 기사
◆IAEA도 공인한 안전성…원전산업계 공유할 우수사례 극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월성 1호기의 객관적인 안전성 평가에 대한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요구가 잇달아 계속운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원전 중수로형 원전으로는 최초로 IAEA에서 주관하는 안전성 평가(IAEA Peer Review)를 받았다.

2012년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경년열화 관리,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 등 6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 IAEA의 안전성 평가 결과 국제적으로 우수한 사례로 증명됐다.

IAEA 안전점검팀은 “안전 점검 기간 내내 발전소 직원들이 투철한 사명감과 풍부한 지식 및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철저한 훈련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월성원자력 직원들의 열정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IAEA 안전점검팀은 “월성 1호기가 장기 가동 운전과 경년열화 관리를 위해 광범위하게 설비 개선 작업을 수행해 다수의 현장 점검 결과 현재 매우 우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수로형 원전으로는 드물게 체계적인 정비개선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전 산업계가 공유할 만한 우수 사례라 언급했다. 이밖에도 환경방사선 감시 차량과 발전소 설계기준 데이터 관리, 구조물 수명 관리 시스템을 우수 사례로 꼽았다.

◆에너지선진국 도약 위한 ‘월성 1호기의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에 대해 고리 1호기에 더불어 ‘노후화 원전’ 이유로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단지 가동한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장기 가동원전의 안전성 논란을 일축했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이란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되는 가동원전에 대해 법과 규정, 기술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해 이에 만족하고, 경제성 또한 확보될 경우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원전의 계속운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법 시행령에서 ‘계속운전’이라 명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License Renewal, Long Term Operation’ 등으로 명하고 있다.

세계의 원전 선진국들은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과 정비, 운영기술의 발달로 설계수명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에너지 안보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장기 가동 원전에 대해 계속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100기의 원전(2013년 12월 기준)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중 72%(72기)가 계속운전을 승인했고, 66%(66기)가 30년 이상 운영 중이며 28%(28기)가 40년 이상 운영 중이다. 미국의 원전 운영허가기간은 40년, 계속운전 허가는 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20년 단위로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총 1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3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은 5기이다. 영국은 운영허가기간에 제한이 없어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을 수행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계속운전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영국 외에도 주기적안전성평가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이다. 캐나다는 2~5년 주기로 운영허가기간을 갱신하는데 2013년을 기준으로 원전 9기는 30년 이상 계속운전을 하고, 2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또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 가동된 원전이며 안전성평가를 통해 34기 모두 40년 운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은 주기적 안전성평가를 통해 10년 단위로 운영허가 갱신을 하고, 러시아는 계속운전기간을 15년 또는 25년으로 확대해 원전 수명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가로나원전과 러시아의 비빌리노 1호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계속 운전 안전성 평가 기준은 외국보다 강화된 요건으로서 주기적 안전성평가, 주요기기수명평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현재 월성 1호기는 새로운 심장과 두뇌를 장착하고,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발전소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며 언제든 정상운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대기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