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쇠퇴하는 대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럭키홍 2014. 10. 27. 16:02

쇠퇴하는 대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기고] 육동일 충남대 교수(공공문제연구소 소장)

육동일2014.10.23 13:43:25

대전이 드디어 도시쇠퇴의 징후를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가히 충격적이다. 최근 대전시의 발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대전시 인구가 153만 5,815명으로 지난 7월보다 534명, 8월보다 471명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전시 인구가 이와 같이 2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것은 대전시가 1989년 충남도로부터 분리돼 광역시로 승격된 후 처음겪는 일이다. 여태껏 증가일로에 있던 대전시 인구가 153만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도시쇠퇴의 대표적인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인구가 계속 줄면, 유휴시설이 늘 것이다.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다. 지역의 인재와 중산층 그리고 기업은 대전을 떠난다. 결국 도시 전체가 공동화되면서 쇠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돌이켜 보면, 100여년전 인구 3,000명에 불과했던 대전지역이 세상에 속살을 드러낸 계기는 1905년 경부선이 대전역을 통과하기 시작한 때부터다. 1914년에는 호남선 철도가 개통됐다. 경부선 철도와 분지점인 서대전역이 설치되면서 무명이었던 대전은 일약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부각했다. 근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다. 교통의 요충지가 된 대전으로 철도를 통해 전국의 인구와 화물이 몰려들었고, 상권과 경제가 집중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힘입어 1917년 대전면 신설, 1932년 충남도청 이전, 1949년 대전시 승격, 1989년 직할시 승격에 이르기 까지 숨가쁘게 성장해 왔다. 여기에 경부‧호남 고속도로의 분기점까지 대전이 차지하게 됐으니 대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타 지역으로부터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천혜의 자연조건 덕택에 1973년 대전 대덕에 연구단지가 조성된다. 단순한 교통도시에서 과학도시, 글로벌 도시, 그리고 경제도시로의 정체성을 갖추고 재도약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 일환으로 1993년에는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대전이 과학도시임을 국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시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크게 고취시킨 바 있다. 도시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기여해서 대전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긴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덧붙여, 1998년에는 국가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대전 3청사가 입지하면서 대전은 교통, 과학, 행정을 융‧복합할 수 있는 유일한 대도시로의 자격까지 갖추게 되었다. 대도시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요건들을 다 거머쥐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잘 풀렸다. 지역을 잘 이끈 좋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올바른 정책과 전략도 준비했다. 시민들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단합했다. 행운도 따랐다. 그런데 모든 것은 여기까지였다. 모든 일들이 대전을 위해 저절로 잘 풀릴줄만 알았을 뿐, 모두가 자만하고 나태했다. 그 이후에 일어날 혹독한 환경변화를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우선 교통도시 대전으로서의 명성과 도시브랜드를 지키지 못했다. 2001년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는 유성을 통과하던 호남고속도로의 역할과 혜택을 빼앗아 갔다. 유성은 휴양 온천도시로서의 브랜드를 지키지 못하고 침체했다. 게다가 올해까지만 KTX 호남선이 서대전역을 지난다. 내년부터는 오송, 공주역을 가야 호남선 고속열차를 탄다. 이제 대전은 더 이상 삼남의 관문이 아니다. 서대전역 주변도 시간이 갈수록 공동화될 것이 틀림없다. 대전역사와 역세권 개발의 지연은 원도심을 이미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교통도시 대전의 간판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전역과 역세권을 MICE 산업의 중심지 그리고 과학도시의 전시장으로 변모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친 회한이 너무 크다. 인근 청주공항을 대전이 제대로 투자해서 활용하지 못한 과오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현대도시는 항구(Seaport), 공항(Airport), 정보항(Teleport)을 모두 구비해야 하는데 대전은 이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교통도시의 장점을 살려 과학 도시로 발돋음하는데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연구단지가 대전에 소재하고 있다고 해서 대전이 과학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몇몇 시민들이 허접한 엑스포시설 주변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와인과 후드 축제를 즐긴다고 해서 과학시민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진정한 과학도시가 되려면 대덕과학특구가 지역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지역의 대학이 육성해서 대덕과학특구에 주인으로 들여보내야 한다. 시민들의 과학적 사고와 활동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비즈니스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과학비스니스벨트가 설령 계획대로 조성된다 하더라도(그것도 쉽지않지만) 대덕과학특구의 전철을 밟으면 지역발전과는 무방해진다. 과학도시 대전에도 보탬이 되질 않을 것이다. 미국의 오스틴과 노스캐롤라이나,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독일의 드레스덴 등 세계적 과학도시들은 모두다 지역인재, 지역대학, 지역경제의 육성에 예외없이 기여해서 지역발전이 성공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렇게 대전이 갖춘 모든 유리한 요건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대전주변 상황은 대전을 벼랑끝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충남도청사는 이미 내포 신도시로 빠져나가서 원도심의 황폐화를 가속화시켰다. 인근의 청주와 청원은 통합하여 대전을 위협하고 있다. 오송 오창에 생명바이오 산업단지까지 조성하여 탄탄한 경제자립기반을 만들어 놨다. 대전은 하지 못한 미래 일거리와 먹거리를 준비해놓은 것이다. 오송 오창의 힘이 벌써 주민들의 가계소득 증대와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안 아산 당진은 이미 수도권의 경제와 산업의 남하를 막아서면서 대전을 썰렁한 비수도권으로 몰아 낸지 오래다. 동반성장과 일방쇠퇴라는 양면의 칼을 가지고 대전과 접하고 있는 세종시는 대전시의 인구를 서서히 흡인해가는 빨대역할을 하면서 대전을 향해 쇠퇴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전이 양도시의 상생발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하는데 소홀한 결과다. 도시간 경쟁에서 지는 도시는 반드시 쇠퇴, 소멸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대전에 그것도 유성에 국회의원 선거구를 증설해 줄 리 만무하다. 대전 지하철 2호선이 지상화로 가든 노면화로 가든 중요하지 않다. 쇠퇴하는 도시라면 건설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대전은 암울하게도 인구감소의 위기에다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 도시 정제성의 위기, 사회분열과 갈등의 위기, 그리고 자신감 상실의 위기까지 겸치면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 징후는 앞서 쇠퇴한 선진국 도시들에서 나타난 요인과 대동소이하다. 도시의 양극화, 구도심 및 산업단지의 붕괴, 정체성 없는 도시, 리더십과 주민참여의 부재 들이 미국의 디트로이트시, 마이애미시, 영국의 리버풀시를 쇠퇴의 나락으로 빠트린 바 있다.

그러면 대전은 이대로 쇠퇴하고 말 것인가? 그냥 포기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도시는 영원하지 않다. 성장하면 쇠퇴할 것이고, 쇠퇴하면 소멸하거나 또는 재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지도자와 선각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어떤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어떤 준비와 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대전은 미래에 대한 올바른 도시비전과 목표의 정립, 지도자의 빛나는 용기와 지혜, 철저하고 치밀한 전략과 정책, 그리고 시민들의 자신감과 일체감 형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도시의 흥망이 갈리는 절박한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전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아니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대전을 확 바꿔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대전재생의 비전과 목표, 전략과 정책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도전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