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쇠퇴하는 대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 2.

럭키홍 2014. 11. 5. 12:24

쇠퇴하는 대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

[기고] 육동일 충남대 교수 겸 공공문제연구소장

육동일2014.11.04 11:15:03

육동일 충남대 교수.

▲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난 기고한 '쇠퇴하는 대전, 이대로 포기할 것인'는 디트뉴스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 가장 댓글 많은 기사 1위로 선정되는 등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대전의 쇠퇴징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장탄식과 우려, 심지어 분노까지 필자에게 직접 표하기도 했다. 대전 쇠퇴를 진단한 짧은 보고서에 대해 이토록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대전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는다. 그것은 대전시민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백년 대전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의 불씨가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꺼지지 않았음을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대전을 다시 살리려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전을 철저히 바꿔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대전 재도약의 비전과 목표, 전략과 정책, 리더십, 그리고 시민들의 의식과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을 큰 틀에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전의 정체성(Identity)을 되찾아 대전미래 발전의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여기에 대전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대전발전의 비전과 목표는 인구 200만 내지 170만을 염두에 두고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전제로 한 대전발전의 장기계획 및 실행계획들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경쟁과 갈등이 불가피한 대전시와 세종시 그리고 충남‧북은 상생발전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실상, 세종시는 지금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종시가 추구해야 할 수도권 인구의 유입이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거점도시로서의 위상과 역할도 흔들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시는 대전‧충남‧북 인근의 인구만을 끌어들여 도시인구를 채우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렇게 되면 세종시도, 충청권도, 대한민국도 실패한다. 수도권의 주민, 공무원, 산업인력을 세종시로 끌어내리려면 대전과 충청권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전략과 방안을 찾지 않으면 공멸이다.

충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함으로서 천안‧아산‧당진과 함께 충남북부권 벨트는 탄탄해졌다. 문제는 그 이남이다. 특히 대전과 인접한 공주‧논산‧금산‧계룡‧청양 등의 낙후는 훨씬 심각해 질 것이다. 충청남도가 도내 남‧북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돌파구는 대전과 상생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충북의 청주‧청원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청주시는 충북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도시가 되었다. 곧 특례시가 된다면 대도시로서의 특례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시 대전과 같은 생활권이라 볼 수 있는 옥천‧보은‧영동의 지역쇠퇴는 불 보듯 뻔하다. 그 해결책도 대전과 머리를 맞대고 짜내는 것 외에 신의 수가 없다. 선진도시들은 이미 국경을 초월해서까지 지역간, 도시간 협력을 하는 '초광역권 경쟁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답답하고 해묵은 행정구역에 갇혀서 도시와 지역의 쇠퇴와 소멸을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차제에 그동안 간간이 논의되어 왔던 금산과 대전의 통합, 옥천과 대전의 통합을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금산과 옥천은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여 겨우 인구 5만의 지역인구를 수성하기 조차 힘겨워진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더 이상 쇠락의 늪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대전과 같이 살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공동운명체가 되어버린 셈이다. 대전 역시 꽉막힌 숨통을 금산, 옥천으로 트지 않으면 지역경제가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양 지역의 통합이 부담스럽고 합의가 안된다면 통합에 버금가는 끈끈한 상생과 협력정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또한, 대전이 다시한번 활력을 찾으려면, 백년을 쌓아온 교통도시로서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지키는데서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2경부고속철 및 고속도로 건설에서 이번만큼은 대전을 비켜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구축과 도시철도 2호선이 대전을 중심으로 사통팔달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통일 후까지 고려하여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뻗는 유라시아 철도건설노선에 하나의 중심축이 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서대전역에 KTX가 통과하지 않는 문제를 놓고 오송과 공주, 대전이 같이 고민해서 공생활용의 지혜를 짜지 않으면 모두 손해다. 오송과 공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도시 대전의 자원과 역량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한편, 대전역과 서대전역의 역세권 개발을 제대로 추진해서 교통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과 원도심 재생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대전역은 대전 재도약을 위한 최선의 돌파구이자 보배다. 대전역세권 개발을 알차게 추진해서 MICE 산업과 벤쳐산업의 중심지로서 발돋음 해야 한다. 청주공항은 대전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전진기지가 되는 만큼 공항으로의 접근성 보완은 물론 실질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와 교류하는 대전의 관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과학자와 관광객(요우커), 러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의료관광객들이 대전을 찾도록 하늘, 육지, 바닷길을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 그래서 내륙도시 대전은 서해안 시대에 대비하여 서천이나 보령, 당진같은 항구도시와도 연계‧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지금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대전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문제가 바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문제다. 얼마 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2호선 건설방식을 '타운홀 미팅'을 통해 결정하려고 하다 다시금 혼돈에 빠진 대전시를 지켜보면서 딱한 생각까지 들었다. 타운홀 미팅 방식은 인구 몇 백 또는 몇 천명 정도의 작은 인구규모를 가진 커뮤니티나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작은 이슈를 놓고 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자치제도의 일환이다. 인구 150만의 대도시에서 그것도 모든 이슈들이 복합되어 있는 중대하고 어려운 과제를 이 방식으로 다루려고 했던 사실이 애초부터 넌센스다.

 

현대행정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책의 디자인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소통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도 국민이나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와 공감대를 구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하기 때문이다. 대전이 그동안 롯데테마파크와 유니언스퀘어의 건립, 과학벨트사업의 수정, 그리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실패했거나 혼란을 초래한 것은 바로 정책소통에 실패한 결과다. 게다가 정책과 사업에 대한 미래 청사진도 없었다. 관련 정보와 자료도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했다. 심지어 공개되지도 않았다. 사후 요식행위만을 서둘다 우왕좌왕 했을 뿐이다. 정책소통 부재가 불러온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말았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노선과 건설방식은 그 비용이나 경관에 미치는 영향만이 아니라 대전의 미래발전과 직결되어 있는 총체적인 문제다. 대전이 대중교통중심의 생태도시를 지향하는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지금의 노선과 노면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대전이 미래를 위해 일거리와 먹거리를 준비해 놨다면 선택을 망설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방식으로 대전의 쇠퇴를 멈추기는 쉽지 않은 전망이다. 내생적 발전요인이 취약한 대전이 외부 인구와 산업 및 자원을 끌어드릴 흡인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선만을 목표로 한 고가방식도 쇠퇴하는 대전을 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대전의 행정구역내에서 고가로 돌아다니는 2호선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내 불균형은 심화될 수 있다. 2호선이 고가로 그것도 자기부상열차로 간다면 그 노선이 대전시를 벗어나서 계룡‧논산으로, 금산‧무주로, 옥천‧영동으로, 공주‧내포로, 오송‧세종으로, 조치원‧청주공항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빅 데이터를 가지고 보다 광역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전시내만을 돌아다니는 도시철도는 더 이상 대전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서울 지하철은 인천과 경기도 구석구석을 누빈다. 천안‧아산으로 남하해서 수도권으로 흡수했다. 이제 동해안을 향해서 달린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대전시가 교통도시 간판을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전시가 아닌 대전권을 형성해서 수도권과 경쟁해야 한다.

다음으로 퇴색되어 가는 과학도시로의 명성도 굳건히 지켜야 한다. 타도시와 차별화 된 경쟁력있는 도시로 재탄생하려면 ‛과학수도 대전이 되어야 한다. 대전은 과학수도로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이끌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덕과학특구 운영방식의 전환과 과학벨트의 성공적 조성을 통해 지역발전과 반드시 연계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서, 대덕특구와 과학벨트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시민들의 소득증대, 그리고 지역인재 육성 및 지역대학의 발전에 기여토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대덕특구는 중앙정부만의 주도에서 탈피해서 중앙정부, 지역의 대학, 기업, 대전시와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2025년쯤에는 시민 30%가 과학관련 직업을 소유하고, 대전인재 30%를 육성해서 과학도시의 주인이 됨으로서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과학기술도시로 진입해야 한다. 대전의 경제는 대기업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과학특구와 과학벨트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대전시가 과학도시임을 대내외에 재천명하고, 대전시민들이 하나되어 꿈과 희망속에 다시 뛸 수있는 모멘텀을 만드는게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대전엑스포 개최 30년만에 「대전엑스포 2023」을 유치하는 것이다. 2020년 아랍에밀레이트에서 개최되는 「두바이 엑스포」에 이어 개최가 가능하므로 서둘러 「2023 대전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구성해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 국제행사는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마다 지역마다 위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곳은 강한 도시, 선진지역이 되었다. 그 위기를 극복한 가장 큰 힘의 원천은 구시대의 낡은 사고방식과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고, 새 시대의 질서를 만들어 낸 리더들의 빛나는 지혜와 용기였다. 그것이 바로 대전이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이유다. 우리 대전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리더십은 첫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리더십이다. 뭐니뭐니 해도 지도자의 제일 큰 역량은 미래를 보는 혜안 그리고 그 미래상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이다. 지역의 지도자는 기껏해야 4년 후 선거만 보려는데서 벗어나서 최소한 10년 후의 미래를 보고 지역을 리드해야 한다.

둘째, 포용의 리더십이다. 모든 분야와 조직에서 갈라지고 쪼개진 대전시를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포용의 리더십이 없는 사람은 지금 쇠퇴하는 대전을 살릴 자격이 없다. 대전이 살아나려면 전문가와 인재가 총동원되어야 한다. 자신의 측근이나 선거공신만을 억지로 등용하는 리더십은 결국 자신은 물론 공직사회를 망치고 나아가 대전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라이벌은 물론 원수까지 사심없이 발탁했던 링컨 대통령이나 제갈공명의 용감한 포용의 리더십을 본받아야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셋째, 협력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제왕적 리더가 혼자 끌고가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대전에서의 계속되는 정책실패는 협력과 새로운 소통방식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전을 살리는 가장 큰 원동력은 대전시민들의 자신감과 일체감을 갖는 일이다. 지난 20년간 대전은 선거때마다 출신지역과 학교별로, 그리고 정당별로 분열과 대립을 반복해 왔다. 선거후에는 시민화합과 통합을 이루는데 소홀했다. 그래서 대전의 시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지도 못했다. 이제는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대전은 하나라는 인식하에 지역의 현안 이슈마다 대동단결해서 공동대처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용서와 화해의 지역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요약컨대, 대전시민 모두가 대전발전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한다면 대전은 살아날 수 있다. 대전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발전이다. 대전시민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로 다시 태어날 때, 대전은 지난 백년의 전통과 역사를 앞으로도 자랑스럽게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