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연가/피천득

럭키홍 2007. 5. 31. 14:21

戀 歌

 

                          피천득

훗날 잊혀지면
생각하지 아니 하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잊으려도 아니 하리라.

어느날 문득 만나면
잘사노라 하리라.



훗날 잊혀지면
잊은대로 살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살리라.

어느날 문득 만나면
웃으며 지나치리라.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었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 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得了愛情痛苦)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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