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밭 가꾸기(시 창작방)

어제도 그곳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동료 부장을 보내는 마음

럭키홍 2007. 9. 15. 08:36
오늘도 창밖은  흐리뭉텅한 사람의  마음인냥  뿌연한 공기만 흐르고 있다.

 

간간히 떨어지는 봄비는 공허한 이의 마음을 달래 주지도 못하고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그거리는 이제 막 피어나는 개나리가 우리를 맞고 있고

작년에 피었던 그 목련은 올해도 잊지 않고 북쪽의 님을 향한 모습으로 꽃망울을 소담히 터뜨리고 있다.

 

어제의 울음 소리가 뇌를 스치는 듯  

가까이 들려오는 전동 드릴소리는 어느 집안의 벽을 뚫고 있는 듯

내마음도 잔잔하다가  울컥 울컥 거리며 출렁거리고 있다.

 

어제도 그 곳에는 봄비가 쏟아 지고 있었다.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들들이 목놓아 우는 소리를 담아 얼굴에 흐르는 눈물처럼 말없이 대지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해 두터운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신사들도 봄추위를 느끼며

 

떨어지는 봄비를 피해  화장터의  쉼터 지붕밑에 빽빽히 모여 떨고 있는 모습이 

비에 젖어 전기줄에 앉아 움추린 새들과  다를바 없이  한 생명을 소리없이 지키고 있는 것

같이 힘이 없어 보였다.

 

아~  가신 님이여!

그대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 가?

 

아~ 가신 님이여!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들들의 절규하는 저 소리를 듣고 있는 가?

 

아~ 가신 님이여!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좋아 하던  직원들의 찢어 지는 듯한 마음의 고통을 아는 가?

 

아~ 가신 님이여!

당신이 존경하던 사장님의 영결사에 당신이 그 어려운 기술사 자격증을 따고 축하 하는 자리에서 순진하고 겸손해 보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사장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는 가?

 

아 ~ 가신님이여!

나와 같이  일을 한지 60여일 만에 이렇게 허무하게 영원한 이별을 하고  영영 홀로 떠나가니 

찢어 질듯한  내마음을 당신은 느끼는 가?

"우리 부서일은 내가 알아서 직원들과 합심해서 틀림없이 할테니 나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당신의 자신감과  강건한 자존심에서 나오는 소리없는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고 떠나가니 가눌곳 없는 내마음을 당신은 아는 가?

 

당신이 떠나기 며칠전 내가 현장을 둘러 보고 작은 일을 먼저 알고  당신께 말을 꺼내니 얼굴이 붉어 지며 당황하던 그모습에서 나는 간부로서의 당신의 책임감과 당신의 리더십을 느끼고  내가 평소 좋아 하던 " 人生樂  在相知心 " 이라는 한문을 얘기하며 동감의 웃음을 나눈지 며칠 지나서 이렇게 영영 헤어지니 내마음 평안 할 수 있겠는 가?

 

가신님이여!

당신의 떠난 자리가  너무 커 보이고

당신의 정취가  마음 속을  달구어도

이제 하나씩 하나씩 현실속으로 파고 들어야 하는 우리의 삶을 이해 하시구려.

 

가신님이여!

이제  하늘 나라에서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와 두아들,부모님, 형제, 그리고 당신의 모든 친척들을

두루 살피어 주시고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을 흠뻑 주실수 있도록 인도 해 주시구려.

 

이제 당신이 못다한 일들은  나와 당신이 그토록 아끼던 직원들이 당신의 뜻을 받들어

합심해서  하나하나  이룩해 나갈테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옵소서.

 

                              - 2005년 4월 10일  고한정택 부장을 보내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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